국제 NGO 활동가의 눈으로 본 빈부 양극화 (4)

다시 우리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의 현장으로 돌아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으로 유명한 장 지글러 교수의 최근의 책, <탐욕의 시대>는 부제로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를 달고 출시하였다. 장 지글러 교수는 세계의 빈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그중에 가장 큰 요인인 독점 자본과 다국적화된 신자유주의는 엄청난 구조적 불균형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이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 그들의 이익을 위한 전쟁과 엄청난 군비를 지출한다. 더 구체적인 것은 그의 책, <탐욕의 시대> 32~43페이지의 통계를 읽어보길 권한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선 전 세계 다양한 무기들이 출현한다. 이렇듯 세계는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지출한다. 전 세계 군비 지출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2조 달러를 넘었다고 스톡홀럼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연례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당연히 미국이 압도적 상위에, 그리고 중국, 인도, 영국,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10위 권에 한국도 들어있다. 이 비용은 지구촌의 숙제인 MDGs를 단순에 해결하고도 남는 비용이다. 이 지구촌의 양극화와 빈곤 기아 문제는 돈이 없는 것도, 재원이 없는 것도, 식량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매년 식량 생산량이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현재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량은 120억 인구가 먹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이 분배 문제로 인한 불평등과 구조적인 폭력으로 인한 양극화는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아주 치열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지구상 존재하는 자원의 분배 불균형과 불평등한 체제가 문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수치적 불평등을 넘어서 한 인간과 공동체의 문제다. 즉 통계적 숫자놀음보다 사람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첨단 기술과 융합 기술을 이야기하는 이 풍요롭고 풍성한 시대에 우리 공동체 한쪽에, 우리 지구촌 한편에 절대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과 취약 계층이 10억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이 시대의 비극이고 인간성의 파국이다. 20억은 Hidden Hunger^{보이지 않는 기아}, 영양 결핍 상태다. 우리가 태어난 조국 대한민국이나 우리가 사는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이게 현실인 것이 역겹고 추하다. 세계 시민 의식을 깨우고,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의 제자도가 필요하다. 성경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는 대상은 사탄의 왕국을 대표하는 바알과 아세라 숭배다. 그리고 그를 대표하는 단어는 제국이다. 그런 가치를 보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제국, 곧 바알과 아세라인 셈이다. 성경에서 이들과 어떻게 투쟁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눈을 뜨고 세계를 보라. 여전히 강도 만난 사람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어깨동무가 필요하다. 그의 이웃이 필요하다. 이것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며 정체성이다. 교회는 자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존 하워드 요더의 책, <교회, 그 몸의 정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 기독교적 실천의 당위성, 특히 정치, 사회, 윤리적 선택에 대한 발판을 예수님의 메시지와 삶에서 찾는다. 세상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그들 곁으로 가야 한다. 이건 단순한 진리다. 교회는 병원 차리고 오는 환자를 받는 흰 가운 입은 멋진 의사가 아니라, 양극화로 상처 입고 피를 철철 흘리는 부상병을 치료해야 하는 야전 병원 위생병에 가깝다. 그 피 흘리는 부상병들이 교회로 들어와 잘 차려놓은 의자와 카펫을 더럽힐까 봐 주저한다면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양극화로 절망하고 상처받은 사람을 찾아가고 치유하는 교회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연대, 대동, 어깨동무, 두레, 사이좋게… 모두 얼마나 아름다운 말들인가? 이것이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말이기 때문이다. 양극화 속에서도 교회는 사람을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사람을 복음의 통로로 삼으셨다.

국제 NGO 활동가의 눈으로 본 빈부 양극화 (1)

정승호 목사
미주기아대책 사무총장

LID Leadership Journal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