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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극복을 위한 기독교 신학과 사역 (4)

Hwa Young Chong

Article Women Group

양극화 극복을 위한 기독교 신학과 사역

양극화 극복은 어려운 과제다. 모두 하나 됨을 강조하는 세례와 성찬도 성례를 받는 이들의 나이나 자격 혹은 성례 방법의 차이로 인해 분리의 예식이 되기도 하는 상황은 가슴 아프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의 제3의 길과 초대교회의 사역을 바탕으로 오늘날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새로운 방안들을 제시해 주기 위해 내적으로는 교회 내의 자기 변혁을 추구하고, 사회적으로는 기독교의 화해 신학과 실천을 확산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의 3가지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1. 양극에서 스펙트럼으로

첫 번째 패러다임 전환은 양극에서 스펙트럼으로의 전환이다. 흑백 논리에 근간을 두고 두 가지 중 하나의 입장만을 선택해야 하는 양극화 현상은 결국 분리, 분열, 상호 파괴에 이르게 된다. 양극에 위치한 상반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싸워서 한쪽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극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에 다른 상황이나 입장 등도 모두 동등하게 중요함을 고려하여 스펙트럼으로 이해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사회 전반에서 스펙트럼의 다양성이 존중될 때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 정체성에 관한 신학의 경우, 인간의 성 정체성을 동성애인가 이성애인가 이렇게 양극으로만 보면 해결이 안 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면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이 되기 때문이다. 퀴어 신학자인 패트릭 쳉은 양극화를 벗어나서 스펙트럼으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신학을 무지개 신학이라 한다. 그는 사회적 성젠더의 경우 남성과 여성 외에 양성, 무성, 트랜스젠더 등 더 많은 다양성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도 오랜 기간 동성애/이성애로만 구분하였지만, 더 근래에는 양성애, 범성애, 무성애, 여성애, 남성애 등의 다양성이 인정됨을 말한다. 그리하여 논바이너리non-binary, 즉 젠더를 양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분법적 생각을 지양하고, 젠더의 스펙트럼 안에 다양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고가 필요함을 피력한다. 이런 논바이너리 사고방식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다방면에 적용했을 때 우리 사회는 보다 더 인간적인 세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1]

정치적으로는 단순히 진보/보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있는 많은 다른 입장들을 존중하고 장려한다. 경제적으로는 빈부의 격차가 깊어 가는 가운데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 정책을 위해 힘써야 한다. 고소득자의 세금 혜택을 전격적으로 내리고 고소득자들이 더 큰 비율로 세금을 납부하게 한다.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 빚을 지고 그 이자 때문에 빚이 더 크게 늘어가는 악순환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과감한 빚 탕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시민운동을 할 수도 있다. 신학자 장윤재는 희년 신학에 근거한 빚 탕감 운동을 하여 경제 양극화를 극복하자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한다.[2] 이렇게 소득의 수준이 부와 빈으로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스펙트럼에 속한 소득 수준으로 전환될 때 경제는 더 건전해진다.

지역적으로도 부촌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아파트 등을 들이고, 빈촌에는 좋은 레스토랑이나 상점 등을 개발하며, 좋은 공원과 교육 시설을 만들어서,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주거, 생활, 활동 단절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의도적인 지역 공동체 개발의 노력이 모든 도시와 지역에 실시되어 모두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전반에서 스펙트럼의 다양성이 존중될 때 여러 인종, 언어, 문화, 국적, 철학, 믿음, 관념 등 각 개성이 존중되고, 보다 더 평화롭게 공존하며 상하 위계질서를 극복할 수 있다. 무지개의 다른 색깔이 함께 있을 때 아름다운 것처럼 정치, 경제, 사회, 신학, 종교의 스펙트럼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우리는 양극화를 보다 의미 있게 극복할 수 있다.

2. 개인에서 공동체로

두 번째의 패러다임 전환은 개인에서 공동체로의 전환이다. 이미 동양 사상에는 양극화를 극복하는 공동체 사상이 많다. 도교의 음양 철학은 음과 양의 조화를 강조한다. 우주의 균형은 이 음과 양이 화평할 때 이루어진다. 음과 양이 서로를 배척하거나 그 균형이 맞지 않을 때는 질병, 갈등, 균열 등의 문제가 생기고 아픔과 고통을 야기한다. 음과 양이 서로 협력하고 잘 도울 때 평화, 치유, 화해가 이루어진다. 음이 양 안에 그리고 양이 음 안에 이미 내존하기에, 음과 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음이 결국 모든 양을 배제하거나 양이 모든 음을 파괴할 때, 그 극단의 상황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이 음양 철학은 음과 양이 함께 협동하여 공동체를 이룰 때 전체가 모두 최상의 기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말한다.

유교 철학 중용사상의 중용은 단순히 중간 위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로 번역되는 the middle way는 이 중용이 가운데 위치하는 것을 뜻하는 듯하여 혼동할 수가 있다. 문학 박사 이가원은 중을 “불편불의不偏不倚하고 과부족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또한 불편이란 “치우치지 않는 것” 혹은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중용은 “단지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닌 소극적인 것이 아니고, 극히 적극적인 개념”이다. [3] 중은 천지인,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을 하나로 꿰뚫고 있다. 유교 철학의 측면에서 보면, 하늘과 땅이 제자리에 있고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주 만물이 운행되는 원리의 근간은 개인이 아니고 공동체라고 보는 심오한 사상이다. 중용을 추구함은 양극 상황을 포함하고 어떤 극한 상황에 미치지 않고 공동체의 조화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불교 철학에도 여러 공동체 사상이 있는데, 그중 현대 불교 사상가이며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Thich Nhat Hanh이 널리 보급한 상호 존재인터비잉, Interbeing의 개념은 참 중요하다. 그가 말하는 동양의 상호 존재란 그 누구도 혼자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인간, 동물, 개인, 꽃, 나무, 자연 등 모든 존재는 서로 서로 안에 존재하는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그 어느 하나가 해를 입으면, 그것은 공동체 전체에 해가 된다. 그러므로 생활의 모든 면, 즉 먹고, 일하고, 잠자고, 상품을 구매하고, 집을 선택하고, 돈을 쓰고, 취미 생활하는 하나하나가 개인 스스로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다른 모든 생명과 연결되기 때문에 항상 생명의 질을 향상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다.[4] 이는 철저히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이고 행동 지침이다.

공동체 회복에 강점을 두었을 때 양극화의 극복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 중심의 동양 철학이 타 종교와 연결된다는 단순한 이유로 기독교에서 배척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런 개인으로부터 공동체로의 전환은 바로 예수가 시작했던 하나님 나라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예수는 포도나무와 가지라는 이미지를 사용하며,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요한복음 15:4)고 가르치며 상호 존재의 지혜를 나누었다. 공동체 회복에 강점을 두었을 때 양극화의 극복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기독교 신학이 공동체 운동에 공헌할 수 있는 점이 많이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각 지역에서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계속할 때 이 세상이 한 공동체마다 변화한다고 믿는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기독교 신학과 사역 (5)

정화영 Ph.D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연회 감리사

LID Leadership Journal 2023


[1] Patrick S. Cheng, Rainbow Theology: Bridging Race, Sexuality, and Spirit (New York: Seabury Books, 2013).

[2] 장윤재, 경제양극화 극복을 위한 화해의 선교 - 교회의 공식문서에 나타난 신앙고백을 중심으로. 대학과 선교 31 (2016): 73-106.

[3] 이가원, 대학 중용. 중판 (서울: 홍신문화사, 2001), 184.

[4] Thich Nhat Hanh, Interbeing: Fourteen Guidelines for Engaged Buddhism, Third Edition (Berkeley, CA: Parallax Pres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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