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직면한 양극화 문제에 대한 소고 (2)

교회에 퍼진 이념의 양극화

교회가 처한 양극화는 경제적인 양극화를 넘어 이념적·사상적 양극화로 이어진다. 소위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사이의 갈등이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기존 전통이나 제도를 보존하고 변화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려는 경향”을 의미하고, ‘자유주의’는 “기존 전통이나 제도를 새롭게 하고 수정하며 개혁하고 변화에 개방적이고자 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용어의 정의만 보면 자유주의에 부정적인 의미는 없다. 하지만 자유주의는 현재 교회에서 다음 의미로 종종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을 거의 믿지 않는 사람,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성경을 도덕적으로 이해하거나 다른 종교의 경전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기는 사람, 예수를 윤리 선생으로 보며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기를 거부하는 사람, 부활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는 사람, 기독교 전통을 경멸하고 해체하려는 사람, 교회의 예배나 제자도에 관심이 없는 사람, 하나님의 구속 사역보다는 인간의 가능성만 신뢰하는 인본주의자 등의 의미로 종종 사용된다.

‘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부정적으로 교회에서 사용되기에, 이 용어보다는 ‘진보적’^progres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웹스터 사전에 의하면, ‘진보적’이라는 말은 “앞으로 나아가는, 선호하는, 진보나 발전의 특징을 갖는”이란 뜻을 지닌다. 교회에서 진보적이라는 말은 종종 고전적 예배뿐만 아니라 예술을 포함한 생명력 있는 예배, 질문을 포함한 지성적 정직,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타 종교 존중, 생태 문제·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과 헌신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자유주의적’이라는 말보다 ‘진보적’이라는 말을, ‘보수주의적’이라는 말보다 ‘복음주의적’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면, 이 둘의 조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우리는 충분히 ‘진보적 복음주의자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이라는 말이 과거를 거부한다는 말이 아니라, 변화에 대해 열려 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더 큰 비중을 둔다는 말이다.

최근 여러 감리교 연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탈퇴를 주장하는 분들이 계신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연결된 NCCK가 동성애, 공산주의, 이슬람 문제 등에서 진보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WCC가 어떤 단체인지 잘 모르기에 나오는 주장이다. WCC는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교회들의 연합체”다. 따라서 WCC 안에는 복음의 핵심을 유지한 채, 다양한 주장을 하는 교회들이 공존한다. 이들은 모여서 신학을 통일하려거나 하나의 교회를 세우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연합해 이 땅에 필요한 일들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 전쟁 직후 UN보다 먼저 한국의 고아들을 돌보기도 했었다. WCC와 NCCK가 진보적인 방향으로 치우친다고 생각하면 그 안에서 보수적인 주장을 하면 된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고백이 위협받지 않는 한, 어떤 주장도 공존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회에 퍼진 이념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인의 신앙관과 정치관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일부 목회자 중에는 좌파의 끝은 무신론과 연결되고, 우파의 끝은 복음주의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보수적 정치관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보수적 신앙을 갖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진보적 정치관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진보적 신앙을 갖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정치관과 신앙관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둘을 구별하지 않을 경우, 어떤 한 사람의 신앙관을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정치 신념과는 전혀 상관없이,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들을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연합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직면한 양극화 문제에 대한 소고 (3)

장재호 Ph.D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 조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