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quipping Leaders Korean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1)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1)

By Jeong-Sook Kim

I S Older Asian Couple

글은 ‘LID 2023 리더십저널 실린 글로 4편으로 나눠 게재합니다.

I. “이대녀 vs 이대남”: 정치권 젠더 갈라치기 유감

“20대 이하 남성 65% 이상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고요. 반면, 20대 이하 여성 66% 이상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3월 대선에서도 이대남과 이대녀들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벌어진 겁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선 이대남 10명 중 7명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고 답할 정도로 더 뚜렷했는데요. 이번 지방 선거에서 남녀가 대립할 특별한 정책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낮은 투표율 왜? ‥ 또 갈라진 이대남·이대녀 [MBC 뉴스, 2022년 6월 2일][1]

2022년에 들어서며 대한민국은 두 차례 선거를 치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대선과 서울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 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지난 대선으로 인해 정권이 바뀌었고 그래서 정부 여당과 야당이 바뀌는 현상이 벌어졌으며 보궐 선거로 인해 여당의 기세가 야당보다 강화되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안배가 달라지는 것이야 놀랄 바는 아니지만, 이번 두 차례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에서는 이전에 없던 현상이 생겨났다. 여당 대통령 후보와 제1야당 대통령 후보 간의 득표율이 거의 과반수에 접근할 정도로 매우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 선택이 양극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20대 남녀의 극단적인 양분화로써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두 번 선거에서 당시 야당 대선 후보를 선택하였지만, 20대 여성 유권자들은 여당 대선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극명하게 둘로 나눠진 현실이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분열, 세대 차로 인한 갈등으로 자녀와 부모 세대의 분열 상태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20대 남녀 사이의 갈등이 선거판에서 극단적인 분열로 드러난 것은 이번 선거가 빚어낸 보기 드문 모양새다.

왜 젠더 갈라치기라는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 것일까?

여성과 남성 사이, 어쩌면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남녀 사이가 연령대에 따라 심리적 물리적 관계의 거리가 달라질 수 있다지만, 20대의 청춘남녀 관계야말로 서로를 향한 마음과 의식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세대라는 것은 과학적인 분석 데이터를 논하기 이전에 일반적인 통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20대 여성과 남성의 이원화된 선택이 단순히 진보와 보수라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되었거나,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선택이라기보다는 소위, “이대남” 대 “이대녀”라는 갈등의 명명naming으로 서로를 향한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젠더 갈라치기”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우파와 좌파’ ‘친일파와 빨갱이’ 등 정치권에서 생산한 수많은 갈등 유발의 갈라치기 프레임 속에서 한반도, 그것도 반 토막 난 한반도 땅에서 나고 자란 대한민국의 청년 세대는 이제 20대 청년들 자체를 분열시키는 젠더 갈라치기라는 프레임 속에 갇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이념 갈등 등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버릴 만큼 익숙한 현실이지만,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젠더 갈등은 처음 접하는 낯선 현상이다. 물론 1970년대 페미니즘이 소개된 이후 남성과 가족에 대한 여성의 희생과 종속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 여성의 인권과 평등권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주체적 인간으로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향해 때로 “메갈,” 페미니스트들을 비판하는 남성들을 향해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 등 서로를 향한 혐오와 비판의 용어가 일부 급진적인 그룹들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20대 혹은 30대의 모든 남녀를 일반화시키는 정치·사회적 현상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젠더 갈등은 철저히 보수 정권 창출을 위한 정치권발 갈라치기 프레임에서 시작되어 본인의 의사 여부와 상관없이 이십 대의 모든 청년은 “이대녀” 혹은 “이대남”이라는 적대적인 관계로 일반화되었다. 젊은 남성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인 부당함과 불의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마치 청년 여성들 때문인 것처럼 역차별 논리, “페미 논쟁”을 부각해 반페미니즘을 주장하며 급기야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여 젊은 남성들의 표심을 모으고자 했던 당시 야당발 갈라치기 작전에서 비롯한 것이다.

IMF라는 국가적 재난을 가져온 방만한 기업 운영과 국정 운영, 이로 인한 무리한 기업 구조 조정과 알짜 기업의 해외 매각, 공기업의 민영화, 이에 더해 극단적인 빈부 양극화로 몰아가는 재벌들과 기득권자를 위한 신자유주의 시장 경제 정책, 부와 학벌 그리고 계급의 대물림 등 오랫동안 정경 유착과 부정으로 인해 누적된 국가 부채와 책임을 고스란히 힘없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볼모로 삼은 결과가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절망적인 현실이 되었다. 결혼도 아이 낳기도 포기한 채 불안정한 계약직과 일용 노동자와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오늘 하루도 살아남아야 하는 흙수저 젊은이들의 절망과 분노의 방향을 정권 창출을 위해 이용하는 정치권은 페미니스트와 여가부를 공격하며 서로를 적대시하며 혐오하는 정권발 “이대녀·이대남” 갈라치기 프레임으로 몰아갔다. 자신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젊은 남녀들은 갈라치기 프레임 속에서 서로를 혐오하고 공격하고 있으니 정치권의 갈라치기 프레임이 성공한 모양새다.

권력은 결코 약자와 투쟁하지 않는다. 단지 약자와 약자가 서로 증오하며 싸우도록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할 뿐이다. LA 폭동 때도 그랬고, 광화문에서도 청계천에서도 힘없고 눈먼 시민들이 자신들과는 무관한 기득권자들을 위해 대신 싸울 뿐이다. 무장한 백인 경찰들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 랠리 킹을 폭력으로 죽였을 때 흑인들은 백인 경찰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옆에 있던 이민자 한인들의 상점을 무참히 약탈하고 공격했다. 당시 흑인들은 인종차별적인 미국 사회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 한국인의 가게를 습격하고 총격을 가하며 백인 경찰에게 받은 분노를 한인들을 향해 그대로 쏟아냈다. 그렇게 한인들을 약탈하고 공격하는 동안, 흑인들의 분노가 누그러질 때쯤에서야 뒤늦게 LA 경찰의 공권력이 출동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늙은 권력자 푸틴이 내뱉은 전쟁 명령에 영문도 당위성도 모른 채 가난한 러시아 청년들은 우크라이나로 갔고, 러시아 청년들과 우크라이나 청년들은 서로를 향해 증오의 총질을 하며 죽어가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는 대신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정하는 갈라치기 프레임에 따라 의도하지도 원치도 않는 “이대녀와 이대남”이 되어 서로의 가슴에 비난의 총질을 한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2)

김정숙 교수 Ph.D
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 부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3


[1]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74973_357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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