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quipping Leaders Korean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2)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2)

By Jeong-Sook Kim

I S Multigenerational Asian Family

II. 관계와 정체성 그리고 분절의 법칙

한 존재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정의definition 혹은 명명naming은 그 존재를 둘러싼 관계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사물뿐만 아니라 개별적 존재이건 혹은 집단적 존재이건 인간에게도 예외가 없다. 이렇게 모든 존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성 속에서 ‘분절의 법칙’에 의해서 한 존재의 정체성이 결정되고 그 존재에 대한 이름이 부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한 개체적 존재 혹은 한 집단의 정체성과 이름은 그 존재를 둘러싸는 얽히고설킨 관계성 속에서 나눔과 분리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한 개체나 집단을 막론하고 모든 존재의 고유한 가치와 정체성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며, 형이상학적으로 그 본질이 고정되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복합적인 관계를 범주들로 분리하고 구분하는 ‘분절과 나눔의 법칙’은 영원한 형이상학적 원리로서 가치중립적인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역사의 변화에 따라 시공간 속에서 형성돼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나눔을 통해 범주를 형성하고 한 존재나 집단의 정체성과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역사의 흐름 가운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역학 관계 속에서 다양하게 형성되어 왔다는 의미다.

‘분리와 분절의 법칙’에 의한 계층적 이원화 현상은 무엇인가?

미셸 푸코의 예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회자하는 것과는 달리 ‘보편적 범주’로서 인식되는 소위 ‘정상인’이라는 보편적 개념은 실제로는 누군가를 혹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비정상인’으로 규정하지 않고서는 결코 ‘정상인’의 범주가 형성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정상인’을 의미하는 이성적이며 합리적이고 보통의 건전한 시민이라는 개념은 암묵적으로 장애인, 범죄자, 정신병자, 성소수자 등을 ‘비정상인’의 범주로 구별하고 억압하여 사회에서 배제하고 형성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를 불구자 혹은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전제하지 않고는 전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개념은 형성될 수 없으며, 더욱이 특정한 부류의 사람들을 광인, 미치광이로 그리고 어떤 특정한 행위를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규제하고 누군가를 범죄자로 낙인찍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보통의 정상인 범주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푸코에 따르면 이러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분은 단순히 관념적인 구분에 그치지 않는다. 소위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분은 역할의 차별화로 그리고 감시하고 검열하는 규제의 대상이 되며, 더 나아가 훈육하고 처벌해야 하는 존재로 폐쇄된 공간에 분리하고 감금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범주는 누군가의 역할을 제한하고 배제하며 어떤 특정한 행위와 존재를 감시와 검열의 대상으로 규정하여 제약된 시공으로 고립시키는 방법을 통해 누군가는 누군가에 의해 처벌과 훈육의 집행자와 집행 대상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범주가 자연적으로 역사 이전부터 운명적으로 분리됐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과 광인, 건전한 시민과 범죄적인 인간, 말하자면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구별화와 차별화는 어떤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푸코는 자신의 계보학적·고고학적 방법론을 통해 보편적 범주로서의 차별적 구조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를 추적하며, 마치 형이상학적 진리로 군림하는 계층적으로 이원화된 보편적 범주의 실체를 폭로한다. 따라서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는 유동적이며 언제든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푸코의 논리에 따르면,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정상인과 비정상인 같은 비대칭적이며 계층적으로 이원화된 범주로 나누는 분리와 분절의 법칙은 “권력과 지식”에 의해 곧 지식을 통한 정당화와 권력을 통한 합법화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이와 같은 권력과 지식으로 산출된 ‘분리와 분절의 법칙’에 의해 계층적으로 이원화되어 생산된 대표적인 범주에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있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명시적으로 때로 암묵적으로 남성은 완전한 존재 그래서 정상인이었다면 여성은 불완전한 존재, 결핍된 존재 그래서 비정상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취급되었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3)

김정숙 교수 Ph.D
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 부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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