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설립기념주일
By Hyukjae Yoo
‘교회력’과 함께 해마다 목회계획표 또는 목회 달력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날이 있다. 바로 ‘교회설립주일’이다. 어느 교회든 52주 중 한 주를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날’로 정하고 이날을 ‘기념’한다. 그런데 이같이 의미 있는 날, 우리가 ‘기념’하는 방식은 대부분 푸짐한 음식과 커다란 생일케이크와 기념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큰 교회든, 작은 교회든 할 것 없이) 이날을 준비하며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까?”에 적지 않은 시간과 물질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교회설립기념주일’은 그 어느 주일보다도 지금까지 교회가 맺어온 열매들을 돌아보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주님이 주신 교회의 사명을 재확인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설립기념주일은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주권으로 설립되었음을 확인하고,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 되심을 고백하는 날이다.
1. 이제 우리도 ‘같은 말’을 쓰자.
한인연합감리교회 내에서는 아직도 ‘창립기념주일’이란 말과 ‘설립기념주일’이란 말이 혼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감리교, 장로교 통합 등 주요 교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설립(기념)식’으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 사전에도 보면, ‘창립’이란 말 속에는 “처음으로”(기원)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창립기념’하면 이는 “처음으로” 교회가 세워진 것을 기념한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사도행전 2장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교회는 ‘오순절 사건’(성령의 임하심)을 통해 “처음으로” 탄생하였고, 이후 세워진 교회들은 모두 이러한 초대교회의 역사와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회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처음으로” 세워진 것이 맞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이는 성서의 가르침에 어긋나고, “성서, 전통, 이성, 체험”을 중시하는 우리의 교리적 유산을 스스로 무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교회는 성령을 통해 이미 오래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섬기는 교회는 ‘보편적 교회’(universal church) 중 하나로 ‘설립’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 한인연합감리교회도 ‘같은 말—창립이 아닌 설립—을 사용해야 한다.
2. 기념행사보다 ‘예식’에 초점을 맞추자.
설립기념주일은 교회 설립을 기념하여 예배하는 날이므로 ‘행사’보다는 ‘예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예식에는 형식과 절차가 필요하고, 그 속에 하나님을 향한 경건함이 담겨있어야 한다. 하나님을 향한 교회의 신앙고백을 ‘의식’이라는 형식과 절차를 통해 드러내야 하므로 예배(준비)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 우리 교회가 걸어온 길과 현재 걷고 있는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말씀을 정해 모든 찬양, 찬송, 기도, 설교 등 예배 순서가 하나의 주제 또는 메시지를 가지고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린도전서 3:7~11, 에베소서 1:15~23, 2:13~22 등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선하고 좋은 취지라 할지라도 특정 개인 또는 단체가 후원하는 기념품 증정이나 과도한 축사 또는 축가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기보다) 참여하는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오늘 우리의 신앙고백’이 담긴 의식을 하자.
역사가 깊은 교회일수록 과거의 공로, 즉 ‘왕년에 우리가…’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고, 역사가 짧은 교회일수록 머나먼 미래, 즉 ‘앞으로 우리가…’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설립기념주일은 개인 또는 기관의 공로를 치하하는 날도(여기에 집중할 경우, 새가족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이런 교회를 만들어보자’라고 다짐하는 날도 아니다. 다만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주권으로 설립되었음을 확인하고,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 되심을 고백하는 날이다. 이를 위해 모든 세대가 ‘오늘 우리의 신앙고백’(오늘 우리의 정체성과 간구)을 담아낼 수 있도록 예배 순서에 그들을 참여시키고(예를 들어 촛불 점화는 유치부, 찬양은 어린이부, 성경 봉독은 중등부, 봉헌 기도는 고등부, 회중 기도는 청년부 등), 교회 개척 멤버로부터 새신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감사와 고백’을 인터뷰 형식으로 엮어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전교인의 ‘감사 제목’ 또는 ‘축하 메시지’(양식을 미리 나눠주고)를 친교실 벽 등에 붙이도록 하여 참여케 하면 좋을 것이다.
4. ‘우리 교회의 사명과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는 날이 되도록 하자.
설립기념주일은 우리끼리만 웃고 즐기는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반면 어떤 교회는 이날을 지역사회에 홍보하는 날로 삼아 대규모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은 우리 교회에 맡겨진 ‘사명’과 ‘우리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날이 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좋은 날,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인 또는 가정은 없는지 돌아보고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뿐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더욱 뜻깊은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일 헌금을 모아 교회 내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전달한다거나 이날 봉헌한 헌금을 선교지 또는 피해복구지역에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이날을 계기로 여러 이유에서 교회를 떠난 이들에게 엽서나 편지를 보내는 것도 좋다. 필자의 경우에는 설립기념주일에 새로운 임원을 세우는 ‘임원임명식’을 갖는데, 부르심을 받은 또 한 사람의 임원을 세우며 우리를 제자로 부르신 이유와 목적을 되새기는 날로 삼고 있다.
5. 우리 교회의 ‘하나 됨’을 기원하는 날이 되도록 하자.
특별한 날, 성도들의 고민(?) 중 하나는 예배가 길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설립기념주일’이라고 해서 굳이 특별한 순서를 넣을 필요는 없다. 예배와 예식을 따로 구분하여 진행할 필요도 없다. 모든 의식은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방법으로 행하느냐에 따라 ‘예배’도 될 수 있고 ‘기념행사’도 될 수 있다. 또 잘 짜인 예배라면 같은 순서로도 많은 이들이 참여하게 할 수 있고 얼마든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별히 설립기념주일 만큼은 초대교회의 전통에 따라 예배와 성찬을 함께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이는 성찬만큼 ‘그리스도와 하나 됨,’ ‘성도 간에 하나 됨,’ ‘그리고 세상을 향한 사역에서의 하나 됨’을 의미하는 “은혜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부서별로 따로 예배를 드리더라도 이날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나와 가정별로 성찬을 받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날 새로운 임원으로 임명된 이(들)에게 성찬 분급을 돕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임원이 되고 난 후 공식적으로 공동체를 섬길 첫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부르심’(소명)을 더욱 분명히 하고 하나 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혁재 목사 [email protected]
몽고메리주님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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