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갈등 시대의 교회의 역할 (2)
By Sang-Won Doh
양극화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심화하여 갈등을 뛰어넘어 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문화 갈등이라는 용어보다는 이제 문화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가장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나라다. 미국에 사는 한인 디아스포라는 이 두 가지 갈등을 몸으로 느끼면서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성소수자 목사 안수와 결혼 문제는 몇 년 동안 연합감리교단을 창립 이래 가장 크게 흔들고 있다. 이민 한인교회들은 차별금지법 반대를 그 어느 문제보다 더 심각하게 반대하는 한국 교회의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받고 있다. 이는 미국과 한국에서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갈등의 반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다양한 문화, 인종, 계급을 뛰어넘어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회는 어떤 정체성을 지녀야 할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2. 다양성을 창조적으로 다뤄 온 교회 공동체
교회의 정체성은 세례 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세례를 통하여 세상에서 우리를 규정하였던 모든 요소를 배설물처럼 버리며 예수의 제자로서의 정체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둘 것을 우리는 믿으며 그렇게 살기를 원한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고백하며 모두가 계급과 인종, 민족을 뛰어넘어 서로 형제와 자매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를 규정하는 세상의 힘이 무력화되었음을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돈이 있다고 학벌이 좋다고 잘난 척하는 것이 교회에서 지양되어야 함은 물론이요, 출신 지역이 어디라고 사람을 범주화하는 것은 교회가 교회로서 존재하는 한 지양하여야 한다. 정치 성향의 문제로 인해 교회에서 논쟁하거나 상대방을 범주화하고 비판하는 일도 교회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지위라는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종이나 자유인이나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들은 모두 하나이고”(갈라디아서 3:28) 모두가 한 성령을 받아들인 자이며(고린도전서 12:3), 결과적으로 모두가 한 공동체의 지체이기 때문이다(골로새서 3:11)… 이러한 원리는 지적인 능력, 정치적인 권세, 혹은 귀족적인 신분과 같은 사회의 특권에 대한 다른 표시와도 관련이 있다… 공동체의 지체들은 세상의 이러한 것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거부해야 하고, 오히려 모든 믿는 자가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린도전서 1:26, 2:1 등 다수). 그 공동체에서 지적, 정서적, 사회적 지위는 의미가 없다. 이 동등성의 원칙은 성적 차별의 영역에서도 적용한다. 이는 공동체에 가입하는 것에 관하여 “남자나 여자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이다(갈라디아서 3:28). [i]
여기서 기억할 것은 바울의 교회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새로운 공동체에서조차도 각 지체는 여전히 유대인과 헬라인으로, 종과 자유인으로, 남자와 여자로 존재한다. 바울은 국가적, 사회적, 성적인 차이들의 지속적인 합법성을 부정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즉, 바울은 보편성을 강조하면서 무소유 사회, 무계급 사회, 모든 이들의 모든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평등 사회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차이들이 더 이상 그리스도의 공동체에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는 공동체를 원하였다.
그는 복음이 가져다주는 평등보다는 일치에, 또한 이 일치 안에 어떤 새로운 획일성이 생성되는 것보다는 다양성이 보존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ii]
다시 말하자면, 그리스도 공동체 내에서의 차이는 공동체 지체들 사이에서 차별의 표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섬기는 기회가 되었다. 상업과 무역에 종사했던 아굴라와 브리스가 그리고 루디아 같은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많은 것을 섬김으로 내놓았다. 비좁은 환경을 위하여 그들의 넓은 집을 내놓았고, 불우한 교우들을 위하여 재정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그들을 돌보는 사역들을 감당하였다. 차이가 공동체 내의 분리와 분열 혹은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김의 기회로써 더 활발한 공동체 내의 일치를 일으키는 역할을 감당하였다.
교회는 세례를 통해 주어진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정체성 때문에 세계 역사 최초로 다인종, 다문화, 다민족, 다계급 공동체라는 이상주의적 공동체를 목적으로 두고 성장해왔다. 그런데 이 다양성 속에서도 분열에 빠지지 않고 교회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특정 그룹이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모든 차이를 없애는 평등한 사회를 이루려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한 자유라는 이름의 자발적 섬김과 순종을 통해 다양성을 보전하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일치점을 발견하고 지향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념의 일치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혁명적이고 자발적 순종이라는 정행적 실천Orthopraxis을 통해 다양한 공동체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통합이 될 뿐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존 요더는 예수님을 따르려는 공동체는 가장 중요한 사회의 구조가 되어 다른 구조들이 그 공동체를 통해 변화될 것이며, 그 변화의 패턴은 “혁명적 종속”을 통한 “창조적 변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권세는 파괴되지도 않을 것이고, “기독교화”되지도 않을 것이며 “길들여진” 존재가 될 것이다. [iii]
마르바 던은 <세상 권세와 하나님의 교회>라는 저서에서 교회는 세상의 권세를 대할 때 또 다른 권세로서의 교회, 즉 강자와 다수의 논리, 혹은 획일성을 강조하는 제국의 논리를 가지고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의 권세에 대해 교회가 대처해온 방법은 “약함의 신학”을 통해서였다.[iv] 다양성이 많으면 그것은 갈등의 요소로 발전할 수 있다. 교회들이 다양성을 부정하지 않고 존중하며 하나 된 통일 공동체를 지향할 수 있던 것은 자신을 스스로 자진하여 낮추고 약함과 섬김의 자세로 타인들을 대하는 공동체적 특성을 통해 가능하였다. 그렇게 교회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세상 권세들을 무력화하고 길들여 왔다.
성서적 원칙에 따라 성립된 교회의 교회 됨이 너무 장기간 당연하게 여겨지다 보면 그 독특성이 희미해질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오히려 그 의미를 잊어버리고,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가치관이 지배하게 된다. 세상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은 교회 안에 비판적 여과 과정 없이 들어왔다. 오히려 정치, 사회 갈등의 한 축을 교회는 충성스럽게 감당해 왔다.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회 분열에 기여해 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오히려 분리주의적 해석학이 현 상황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구약의 순 혈통주의나 정결법 혹은 억압 세력에서 해방되는 출애굽의 모티브 혹은 세상에 검을 주러 왔다는 말씀이 이 분리주의적 해석학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성경을 다양한 해석학의 렌즈를 사용하여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한국 교회 내에 분리주의적 성경 해석 방법이 주류를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사회가 세기말적인 현상으로 전 세계가 진영 논리에 의해 재편되고, 제국이 그 안에서 문화 갈등으로 파국으로 분열되는 이 시대에 이 분리주의적 해석은 시의적절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 통합을 지향하고 문화 전쟁 가운데 있는 사회에서 대안을 제안하는 해석학, 즉 약함과 섬김을 통해 다양성을 뛰어넘어 더 큰 통일성을 지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기독교 공동체의 고유한 해석을 쉽게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동가는 많지만, 지혜를 지닌 지도자들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개신교에 속해 있으며, 이념 성향이 보수적이고, 60세 이상인 그룹은 이민 한인교회나 한국 교회의 주축이다. 그리고 이 세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고립되고 약해지고 있다. 다음 세대 혹은 젊은 세대가 교회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지만, 스스로가 그들을 배척하는 것을 깨닫는 지도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도상원 목사
대뉴저지연회 라리탄쇼어 지역 감리사
[i] 로버트 뱅크스, “바울의 공동체 사상: 문화적 배경에서 본 초기 교회들,” 198-199.
[ii] 로버트 뱅크스, 203.
[iii] 마르바 던, “세상 권세와 하나님의 교회,” 44.
[iv] “성경은 종종 제자들이나 교회를 권세의 이미지가 아니라 작은 자의 이미지로 그리며 하나님의 일이 약함 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통해 성취된다고 말한다. 교회가 권세들 중 하나로서 어떻게 자신의 소명에 충실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올바로 이해하려면 이 약함이라는 주제가 성경 속에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마르바 던, “세상 권세와 하나님의 교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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