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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준비 이렇게 한다

By Sungho Lee

Stock hymnal and bible on back of pew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분들도 이해하고 결단하고 감격하게 만들고, 대학원 석박사도 은혜받게 만드는 설교는 결국 균형 잡힌 공부에서 나옵니다.”

한 편의 설교는 개개의 설교 준비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과 설교 준비에는 비법이 없다는 것을 먼저 나누고 싶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설교자 준비와 신학 준비를 먼저 말씀드리면서 일반 설교 준비에 관한 것보다는 제가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을 나누려고 합니다.

1. 자신의 부족함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는 것이 설교 준비의 기초입니다.

설교 준비는 설교자 준비에서 시작합니다. 설교자 준비란 “내가 가장 부족한 사람인데 하나님이 쓰신다”는 겸손과 감격을 가지고 사는 삶을 말합니다. 같은 내용의 원고를 전해도 누가 전하느냐에 따라 교인들의 반응은 “당신이나 잘하세요”하는 빈정거림과 “정말 그래야 하겠구나”하는 다짐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늘 기도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는 것이 설교 준비의 기초입니다.

2.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과 회중들이 사는 상황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서 나옵니다.

설교는 설교자의 신학 표현입니다. 신학은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전달해야 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에 근거를 두지만, 설교자가 살고 있는 상황과 설교를 듣는 회중들이 사는 상황에 대한 고민과 성찰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내 목회 현장에서는 이번 주에는 어떤 단어로 표현되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 한 단어를 찾고, 그 단어를 문장으로 만들고, 그 문장을 핵심 주제로 삼는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저만의 색깔이 생기고 방향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요즘 와서는 “정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자고 외치는 저를 발견하게 되는데 하루아침에 그런 것이 아니고 한 십 년 넘게 이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온 것 같습니다.

3. 본문과 목회 상황을 연결하기 위해 질문을 만듭니다.

실제 설교를 쓰기 시작할 때는 본문을 읽으면서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꾸준하게 해 왔습니다.

  • 이 본문에서 “하나님-예수님-성령님(삼위일체 하나님)은 누구신가?”
  • 이 본문에서 “나-우리는 누구인가?”
  • 이 본문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나-우리에게 무엇하기를 원하시는가?”

이 질문의 목적은 본문과 목회 상황을 연결하는 데 있습니다. 본문을 읽고 묵상하기 전에 주석을 보거나 다른 분의 설교를 읽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본인의 목회 현장에 맞는 본인의 설교를 하기 힘듭니다. 본문을 읽고 본인의 목회 현장과 성도들을 생각하면서 위의 질문들을 하다 보면 본문이 주는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한 본문에서 한 가지 메시지만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같은 본문에서 몇 개의 메시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4. 주석들을 보면서 역사적인 배경이나 사실들을 확인합니다.

이제 주석들을 보면서 영감으로 받은 메시지가 학자들이 연구하고 밝혀낸 역사적인 배경이나 사실에서 벗어나는지 아닌지를 확인합니다. 주석을 읽는 목적은 설교 메시지를 찾거나 영감을 얻으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받은 메시지가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나 사실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아닌가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제가 주로 보는 주석들, 예를 들면 New Interpreters Bible이나 혹은 Interpreter 시리즈에서 학자들이 밝혀 놓은 본문의 단어, 구조, 역사적인 배경, 사회학적인 의미 등에 제가 받은 메시지가 어긋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너무 독창적인 메시지라고 생각되면 다른 더 많은 주석을 봅니다. 혹시 본문은 전혀 그런 내용과는 상관없다는 주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최근 발달한 AI 기능을 갖춘 ChatGPT를 참고해서 내가 받은 메시지와 내용이 다른 신학자들의 논의에서 너무 벗어난 것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증거가 없다면 아무리 독창적인 내용이라도 기도하는 가운데 과감하게 설교에 넣습니다.

5. 회중을 위한 균형 잡힌 전달 방식을 고민하면서 설교를 다듬어 갑니다.

이렇게 완성된 설교는 마무리 다듬기에 들어갑니다. 지금까지는 영양에만 신경을 쓴 음식입니다. 그러나 조미료와 간, 색상과 그릇에 담는 일도 중요합니다. 몸에 좋은 건강식보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 더 구미가 당기는 이유는 내용이 아니라 맛과 색과 분위기 등입니다. “어머님의 정성스러운 식탁보다 불량식품에 끌렸던 어린 시절을 지내고, 양서보다는 만화에 끌렸던 청소년기를 지내고, 아내의 자상한 식단보다는 삼겹살, 피자, 캐러멜 라테, 잠들기 전의 라면 한 개에 찬 밥을 먹어 본 사람”은 압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연약하고 죄가 많고 감각적이고 자극에 반응하는지를. “내용 없는 한 시간 우스개 설교에 분개하시는 모범생 목사님”들 입장에서는 “조강지처 버리고 시골 싸구려 다방 종업원한테 한 눈이 팔린 얼간이 남편”을 보듯 교인들을 보시지만, “환자도 아닌데 병원 음식만 먹으라는 목사님”을 대하는 교인들 입장에서는 “때깔 좋은 음식이 맛깔도 난다”는 믿음이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제가 이 단락에서 따옴표 한 표현들이 조미료입니다. 조미료에 알레르기 반응을 하는 분들도 있고 너무 많이 치면 저속하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도 본인이 목회하는 회중에 좌우됩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분들도 이해하고 결단하고 감격하게 만들고, 대학원 석박사도 은혜받게 만드는 설교는 결국 균형 잡힌 공부에서 나옵니다. 만화, 신문, 주간지, 광고 등 일상의 내용부터, 고전, 전문 서적, 시, 수필 등 다양한 독서를 하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예전부터 다독, 다상량, 다작(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특히 시를 많이 읽으면 압축된 표현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울어야 하듯” 설교와 관계없이 꾸준히 독서해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 삶에서 겪은 일들이 녹아져서 설교자와 설교 준비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기 색과 향에 맞는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라며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 개인 개인을 염두에 두고 맛을 내야 합니다. 저는 잠언 27장 23절에 나온 “네 양 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 떼에게 마음을 두라”는 충고를 늘 기억합니다.

설교자 준비나 신학 준비, 설교 다듬기는 평생, 그리고 평소에 하는 일입니다. 저는 실제 설교 쓰기에는 시간을 별로 쓰지 않습니다. 설교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과 사랑을 전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축복하는 일이 평소 습관입니다. 축구 선수가 슛하고 골을 넣을 때 순간적인 감각이 필요하지만, 그 감각은 평소의 슛 연습에서 나오는 것처럼 설교자가 설교하는 것은 평소의 습관에서 준비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책을 읽을 때마다, 핵심 되는 내용과 인용할 만한 “표현”이나 “정보”를 한 페이지에 적는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저의 설교 준비입니다.

이성호 목사

Central UMC in Stockton,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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