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 a Discipleship System
양극화 극복을 위한 기독교 신학과 사역 (2)
Hwa Young Chong
예수의 가르침과 실천: 제3의 길
양극화 극복을 위해 우리는 예수의 가르침과 실천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예수 시대에 현대와 같은 양극화라는 개념이나 단어는 있지 않았다. 그래서 성서에서 예수가 양극화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 내용과 실천의 행동은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 혹은 종교의 입장이 양반 된 가운데 어느 한쪽 만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신학자 월터 윙크가 말하듯 “제3의 길”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준다.[1] 이 제3의 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예수 시대의 사회 상황을 살펴보자.
1세기 로마 제국의 식민 지배하에 있던 유대인들에게 정치적으로는 친로마파와 반로마파의 갈등이 있었다. 친로마파는 로마 제국의 식민 지배를 수용하고 정치적 혜택을 받거나 더 나아가 로마 제국의 제도에 기생하여 살고 있었다. 왕족과 그 지지자들, 성전 제사장과 다른 관련 유대교 지도자들, 일반 백성 중 세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친로마파를 대표했다. 왕족인 헤롯 대왕과 그를 이어 왕이 된 아들들은 모두 로마를 대변하는 꼭두각시 인형이었다. 대제사장, 제사장, 레위인 등 성전을 운영하는 유대교 지도자들도 로마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백성들의 안위를 살피지 못했다. 세리들은 로마 정권을 대신하여 각종 불의한 세금을 동족으로부터 강제 징수하여 지배국에 바치는 일을 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복음서에도 여러 번 기록되어 있다.
한편 반로마파는 로마 제국에 대항하여 정치적 독립을 추구했으며, 군사적 대결까지도 불사했다. 66년 네로 황제 집정 기간에 시작된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의 치열함은 반로마파의 열정과 역량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수적으로 군사 물량 면에서 반로마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우위에 있는 로마 군대에 대응하기에는 그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4년 동안이나 열심히 싸우고 버티었지만, 결국 70년 유대인들의 성스러운 도시인 예루살렘이 침공당하고, 성전은 파괴되고,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성전을 잃게 되면서 유대교의 예식, 제사장직, 영성 등이 큰 타격을 받고, 유대교는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된다. 그 와중에 마지막 남은 전사들과 그 식솔들은 헤롯왕이 별장으로 쓰던 마사다의 왕궁지로 옮겨서 3~4년간 그 저항 운동을 더 계속했지만, 결국은 73년에 로마 군인이 마사다 점령에 성공함에 따라, 그곳에 남아 있던 반로마파들은 모두 처참하게 몰살됐다.
제1차 유대-로마 전쟁은 예수 시대보다 한 세대 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이 이 전쟁 직전 혹은 직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됨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정치적 갈등이 복음서에 반영됨을 알 수 있다. 반로마파의 대표적 그룹은 열심당Zealots이었다. 열심당은 유대교의 한 지파로서, 폭력 혁명 만이 유대인들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고, 로마의 식민 지배와 부패한 유대인 지도자들에 항거해 무장 투쟁으로 맞설 것을 주장했다. 예수 시대에 열심당은 바리새인, 사두개인, 에세네인들과 함께 유대교의 4대 주요 지파를 이루고 있었고, 예수를 따르는 자 중에도 열심당원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에 관해 복음서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사항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은 열심당원 시몬(누가복음 6:15)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세리 마태(마태복음 9:9~13)였다는 점이다. 친로마파와 반로마파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예수의 핵심 제자 그룹 안에 이 두 그룹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기록은 주목할 만하다. 예수는 정치적 양극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든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들을 모두 품으며 제3의 길인 비폭력 저항이란 방법으로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가르치고 실천했다.
예수는 종교, 정치, 경제, 지역적인 양극화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실천하는 행동을 보였다.
예수의 “원수를 사랑하라”(마태복음 5:44)는 말씀은 개인적으로 해를 끼친 사람들을 용서하고 품어주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식민 지배의 정치적 양극화를 염두에 두었을 때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또한 같은 절에 이어지는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라”는 말씀은 마태복음이 쓰인 당시 예루살렘이 멸망하고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된 정치 상황과 연결된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삭개오는 세리 중에서도 일반 세리가 아니라 부를 많이 축적하여 여리고 부촌에 살던 세리장chief tax-collector이었다. 여리고는 지중해 해면보다 낮아서 겨울 기후가 온화하고, 물이 풍부하여 살기 좋은 곳이었다. 또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 많이 사는 엘리트 지역이기도 했다.[2] 헤롯 대왕은 이곳에 대규모의 호화 겨울 왕궁을 세웠고 그 왕궁의 유적지가 아직도 남아있다. 이 왕궁은 여러 건물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가로 30미터 세로 18미터의 대형 수영장/목욕탕까지 있었다.[3] 갈릴리 시골 출신인 예수가 이런 특권층 지역에 있는 세리장 집에까지 가서 함께 식사하며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누가복음 19:9)라는 구원의 선포를 한 것은 동족을 착취하여 죄인으로 여겨졌던 세리장 삭개오라는 한 개인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의인/죄인, 친로마파/반로마파, 부자/서민, 부촌/시골이라는 종교, 정치, 경제, 지역적인 양극화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실천하는 행동이었다.
이 외에도 예수는 남성/여성, 유대인/이방인, 인사이더/아웃사이더 등으로 양립되었던 사회 구조에서 여성 제자들을 세우고, 여성의 배움의 권리를 옹호하고, 사마리아인의 선한 행동을 비유로 말하고, 과거 이스라엘 선지자들이 이방인 나아만을 치유하고 시돈의 과부를 도운 것을 첫 설교에서 강조하고, 여러 병든 자들을 치유하면서, 소외당하고 배척되고 병들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모두가 한 식탁에 모여서 같은 밥을 먹는 새로운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고 가르치고 실천했다.[4] 이 제3의 길을, 정신을 계승하여 초대교회가 시작된 것이다.
정화영 Ph.D
연합감리교회 북일리노이연회 감리사
[1] Walter Wink, Jesus and Nonviolence: A Third Way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3). 이 책에서 월터 윙크는 로마 식민 지배 상황에서 예수의 가르침과 실천이 로마 제국의 폭력과 억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고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아닌 비폭력 저항이라는 제3의 길을 보여주었음을 설득력 있게 피력한다.
[2] 여리고는 또한 누가복음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언급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요한 웨슬리는 그의 누가복음 주석에 “12,000명의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행해지는 예배에 참석했다”라고 썼다. John Wesley, “Explanatory Notes on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in Complete Bible Commentary (Fully Formatted for E-Readers). Kindle Edition (Hargreaves Publishing, 2014).
[3] Suzanne F. Singer, “The Winter Palaces of Jericho” in Biblical Archaeology Review 3:2 (June 1977). Accessed June 1, 2022.
[4] 예수 시대의 사회 구조의 양립과 그에 따른 사회 갈등에 관해서는 다음의 책을 보라. K.C. Hanson and Douglas E. Oakman, Palestine in the time of Jesus: Social Structures and Social Conflicts (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8. 특히 제3장 “권력의 피라미드”에서 강자와 약자의 역학 관계를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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