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극복을 위한 에이브러햄 링컨의 先見 (1)
By Kil J. Yi
이 글은 ‘LID 2023 리더십저널’에 실린 글로 3편으로 나눠 게재합니다.
한 사회의 양극화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농업 생산과 달리 공업 경제는 엄청난 규모와 복잡한 생산 과정 및 도구를 요구한다. 농업 생산은 흔한 말로 멀쩡한 사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땅이 없으면 빌리면 된다. 공업 생산은 건강한 몸 하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산업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신체의 생산 기능을 임금으로 받고 노동 시장에 내다 판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양극화가 이루어진다. 생산 수단을 소유, 운용하는 층과 자신의 존재를 생산 수단화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다. 물론 전자와 후자는 수직적 경제, 사회 계층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1848년, 이 양극화 안에 지금의 현실을 깰 혁명적 이념과 행동력이 존재한다는 예언이 나온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The Communist Manifesto의 핵심이다. 이 두 사상가는 이 예언에는 명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옛 선지자들과 달리 믿음이 아니라 과학에 기초한 분석이라 했다. 공산당 선언에 따르면 역사의 시대epoch, 큰 흐름을 바꾸는 혁명의 에네르기는 생산 도구를 소유한 자본주와 생산 도구화된 노동자 사이의 양극화가 심할수록 강해진다. 역으로, 양극화가 두드러지지 않으면 혁명적 변혁의 역사는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19세기 전반 미국은 양극화의 집결지였다.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화로 인한 자본주의 노동 계층 간의 양극화는 물론이고, 미 원주민과 대서양을 건넌 이민자들과의 양극화, 흔히 앵글로·색슨이라 부르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초기 이민자들과 출신 지역이 다양해진 생계형 후기 이민자들 사이의 간극 등이 미국 사회를 가르는 요소였다. 더불어 대농과 소농 사이의 양극화 또한 간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고질적이고 파괴적인 양극화는 미국의 노예 제도였다. 미국은 아프리카인을 강제 이주시켜 그들의 인간성을 부정하고, 이들을 사고파는 생산 도구로 전락시킨 최악의 노예 제도를 250년 유지했다. 이 제도는 또 하나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남부와 북부와의 편차, 긴장, 대립이다.
다양한 양극화가 교차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은 제16대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다. 그의 삶의 연대가 말해주듯 링컨은 산업화의 시대, 부르주아 혁명의 시대, 그리고 공산당 선언의 경고가 울림이 강했던 시대를 산 인물이다. 그는 노예 제도라는 양극화가 촉발한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직후 암살당한다. 링컨의 양극화 초월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료史料가 있다. 링컨은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다.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공화당의 정책 강령은 하나 되는 미국을 위한 청사진이다. 2백여 년 전의 이 정책 비전은 오늘 미국의 국가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교훈적 가치와 실천 가능성이 큰 정책이다. 이 비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가분의 나라’one nation indivisible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에 나온다.
흔히 양극화를 사회 경제적 병리 현상으로 접근한다. 가진 이와 갖지 못한 이들 사이의 간극과 반목이 사회를 가르고 이 두 계층 간의 충돌을 가져온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기회 창출을 통한 부의 분배와 사회적 이동성이 양극화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링컨이 제시한 대안 또한 이 접근 방식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차이가 있다. 사회 경제적 하나 됨이 이루어지려면 국가적 또는 공동체적 하나 됨이 그 토대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형이상과 형이하가 같이 가야 한다고 보았다. 1860년 링컨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한 공화당의 정책 강령은 이 사상을 담고 있다.
양극화 극복에 필요한 형이상, 즉 철학적 토대는 미국의 독립 정신이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결코 빼앗기거나 양보할 수 없는 삶,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부여 받았다는 외침이다. 양극화에 대한 ‘안티테제’다. 이 선언을 구체적 법률로 화化한 문건이 미국 헌법이다. 그 누구도 “적법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생명이나 자유 또는 재산이 박탈당해서는 아니 된다”nor be deprived of life, liberty, or property, without due process of law는 인권 조항이 헌법 정신을 압축한다. 양극화 극복 또한 헌법 정신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양극화 극복은 초, 탈법적일 수 없다.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 된 나라이기에 미국은 인류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고 링컨은 보았다. 전례 없는 인구 증가, 놀라운 물질적 발전, 빠른 부의 생성, 국가의 행복함, 그리고 국제적 명예 모두를 하나 된 미국에서 찾았다That to the Union of the States this nation owes its unprecedented increase in population, its surprising development of material resources, its rapid augmentation of wealth, its happiness at home and its honor abroad….‘ 갈라진 미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이길주 교수 Ph.D
Professor of History, Bergen Community College, New Jer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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