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사역: 한인교회의 도전과 변화
By Sanghyun Lee
"혈육을 떠나 낯선 땅에 살면서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이 오히려 진정한 새 가정이 될 수 있다. 한인 목회자는 타지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인들에게 교회라고 하는 새로운 가정들을 함께 세워 나가는 사역자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목회했던 목사님들도 미국 한인교회에 와서 목회하게 되면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한국 교회와 이민교회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한국에서의 목회 경험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민교회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들을 섬기는 목회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 목회자 자신이 이민 생활 중에 겪었던 고충을 목회적으로 풀어내라.
아무리 준비된 사람도 낯선 땅에서 겪는 해프닝들은 피할 수 없다. 우리 한인들처럼 낯선 문화, 낯선 언어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이곳 미국에서의 삶이 매일매일 새로운 해프닝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데, 목회자도 예외는 아니다. 목회자 자신도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회자의 그런 어눌하고 서투른 경험이야말로 이민 목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목회자가 교회에서 마주하는 모든 한인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그와 비슷한 경험을 다 겪어본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민 목회는 “목회자 자신이 이민 사회에서 겪었던 그 고충들을 목회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인교회 회중들은 아무런 실수 하나 없이 미국 사회에 원만히 정착한 목회자보다는, 자신들과 똑같이 힘든 이민 생활을 경험해 봤기에 자신들의 외롭고 어려운 처지를 잘 이해해 주는 목회자를 원한다. 결국 이민교회 목회는 힘들고 외로운 이민 생활을 교회라고 하는 공동체를 통해 서로 의지하며 함께 이겨내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성경의 이민자들을 찾아보라.
그러면 수많은 이민자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민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성경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사실 성경 안에는 이민자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민자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부터, 우르에서 하란 그리고 가나안 땅으로 이주했던 아브라함, 다시 하란으로 도망갔다 돌아온 야곱, 이집트로 간 요셉과 출애굽 했던 이스라엘 자손들, 바빌론으로 끌려간 디아스포라, 그리고 하늘 보좌를 떠나 이 땅에 오신 예수님과 그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온 땅으로 선교를 다녔던 사도들까지, 성경은 정말 이민자들로 가득한 책이다. 성경을 다시 읽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이민자의 시선으로 풀어보면,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결국 이민자들이 세운 신앙임을 깨닫게 된다.
3. 성경의 이야기와 회중들이 미국에 와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엮어보라.
그러면 놀라운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설교와 성경공부를 통해 성경에 나온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교우들의 입에서 늘 나오는 반응은 “이것은 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라는 고백이다. 가령, 땅과 자손을 약속해 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가나안 땅에 오게 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의 교우는 “나도 아브라함처럼 돈 많이 벌고 자녀 교육 잘하고 싶어서 미국에 왔다”고 고백하곤 한다. 이때 목회자는, 아브라함이 낯선 땅에 살면서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약속이 이뤄질 때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지적하면, “그것 역시 제가 지금 겪고 있는 이야기입니다”라는 고백이 뒤따라오게 된다. 회중의 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성경에 나온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난을 겪었고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이제는 자신의 삶이 그냥 일개 한인 이민자의 삶이 아니라 성경에 나온 어느 주인공의 삶으로 그 이야기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4. 한인들에게 교회 생활은 단순한 종교 생활이 아니라 이민 생활 그 자체임을 이해하라.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시작하면 주로 시급이나 주급으로 돈을 받는다. 이러한 노동 시스템은 우리 한인들에게, 많이 일하면 일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었지만, 그만큼 휴식 없는 삶을 살도록 몰아세웠다. 실제로 일주일에 딱 하루만 쉬거나 그 하루조차도 온전히 쉬지 않는 한인들이 아주 많다. 이런 분들은 가족을 제외하면 일주일 내내 우리말로 편하게 대화하지 못하고 늘 긴장과 불편함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교회는 단지 종교 생활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말로 내 생각과 감정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다. 그래서 예배를 마치고 식사 친교를 나누게 되면, 교인들이 각자의 신앙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듣든 안 듣든,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들만 내뱉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 목회자는 한국말로 편하게 자기 얘기를 하고자 하는 회중들의 욕망을 무시하지 말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신앙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소그룹 모임을 활성화하여 공감과 나눔의 자리를 계속 만들어 주어야 한다.
5. 교회 공동체가 이민자들의 소셜 워커가 아니라 새로운 가정이 되도록 하라.
한인교회는 한인들에게 단지 종교적인 장소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와 공감을 나누는 공간이다.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도 이곳에선 쉽게 풀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한인교회는 가족과 친구들이 해줄 수 있는 역할들을 훌륭하게 감당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 처음 도착한 한인들은 교회를 통해 지역에 관한 많은 정보와 네트워킹을 얻을 수 있었고, 그러한 소셜 워커 기능이 교회로 유입되는 인구를 증가시켰다. 그런데 최근에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새로 미국에 온 한인들은 더 이상 교회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교회가 더 이상 소셜 워커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예전부터 목회를 해왔던 분들은 여전히 교회의 소셜 서비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제는 시대가 완전히 변하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교회가 담당했던 소셜 워커 기능은 이제 진짜 소셜 워커들에게 맡기고, 교회와 목회자는 교회가 본래 제공해야 마땅할 영적인 기능에 더 집중해야 한다.
마가복음 3장을 보면 예수님이 어느 동네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 나사렛에서 어머니와 동생들이 예수님을 찾아왔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예수님 앞에 둘러앉은 자들을 향하여, “이들이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이라고 선언했다. 혈육을 떠나 낯선 땅에 살면서 함께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이 오히려 진정한 새 가정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민교회는 그렇게 새 가정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한인 목회자는 타지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인들에게 교회라고 하는 새로운 가정들을 함께 세워 나가는 사역자임을 늘 기억해야 한다.
이상현 목사
베델연합감리교회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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