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생각”하고 그 은총에 “감사”하며

By Sun-Joong Kim

지난달, 목회자 감사 주일(Pastor Appreciation Sunday)에 주어진 설교 본문은 열 명의 문둥병자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누가복음 17:11~19). 그들은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이중적으로 추방당한 자들입니다. 그중에 한 명은 사마리아 사람으로서 멸시까지 더하여 받던 비참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었지만 가던 길을 돌이켜 되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표하는군요. 그의 행위에 대해 누가복음이 사용한 단어는 “감사하다”(유카리스테오)로서 성찬식을 나타내는 용어 중 하나인 “유카리스트” (감사, 유카리스티아) 와 같은 어원을 갖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교인들의 마음이 담긴 감사 카드를 하나씩 열어보다가 그동안 살아온 나날들을 되돌아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더 나은 목사가 되는 길일까 하여 더 공부하겠다는 꿈을 안고 33살의 늦은 나이에 막차를 타고 시작한 미국 유학 생활이었습니다. 뉴저지주를 거쳐 텍사스주에 어설픈 둥지를 틀었지만, 인생의 풍파에 그만 주저앉고 말았었군요. 어쩌면 본문에 나오는 문둥병자처럼 그렇게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마운 분들의 사랑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잉여물(surplus)을 던져주고 생색내는 그런 값싼 동정이 아니라, 대가 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함께 아파하는 그런 희생적인 사랑 말입니다.

수년 전에 아이들을 태우고 텍사스주의 오스틴 시내를 운전하는데, 신호 대기 중에 어떤 여성 구걸자가 제게로 다가옵니다. 나름 기념품 흉내를 내어 동그란 철사 조각에 때에 전 헝겊 쪼가리 하나를 묶은 조잡한 것을 내밉니다. 약간의 돈을 건네주었습니다. 신호를 받아 다시 운전하는데, “마약을 사려고 저렇게 돈을 모으는 것이니 속지 말라"고 당시 그곳의 대학생이던 딸아이가 제게 잔소리하길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빠는 그런 건 모르겠고, 단지 아빠가 가장 어려웠을 때 절망스럽고 아프던 심정이 생각나서 준 것뿐이야."

원래의 인도 유럽어족에서 “감사한다”와 “생각한다”라는 단어는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think”와 “thank,” 독일어의 “denken” 과 “danken” 과 같은 단어들이 그렇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곧 “감사한다”는 것이요, “감사한다”는 것은 곧 “생각한다”는 것이란 뜻입니다.

교회력이 이번 주 감사절에 할당한 시편 100편은 이렇게 선언하는군요.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이 부를지어다.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 그 앞에 나아갈지어다. 여호와가 우리 하나님이신 줄 너희는 알지어다. 그는 우리를 지으신 자시요 우리는 그의 것이니 그의 백성이요 그의 기르시는 양이로다. 감사함으로 그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 궁정에 들어가서 그에게 감사하며 그 이름을 송축할지어다. 대저 여호와는 선하시니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고 그 성실하심이 대대에 미치리로다.”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할 때 우리는 그 본성에 있어 선하시고 그 행위에 있어 우리를 한결같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하나님의 본성과 행위를 “생각”한다면 자연히 하나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목회의 삶을 감당하면서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우선순위로 두고 살아가지만, 의미를 추구하는 삶이 꼭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어서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삶이 아님을 절감하곤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절대 쉽지 않은 목회의 길이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담대히, “기쁨으로” “노래하면서” 그 길을 걸어갈 힘을 얻지 않겠는지요. 절망과 아픔 속에 신음하는 이들에게서 과거의 우리 자신을 보며 그들을 품으면서 말입니다.

쉽지 않은 인생의 고비에 처할 때마다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록 힘을 주신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 은총에 “감사”하며 맞이하기에 더욱 뜻깊은 추수감사절입니다.

김선중 목사

South Milwaukee UMC, 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