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하지 않는 삶
Hyok In Kwon
예레미야 33:14~16, 누가복음 21:25~28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는 “만일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을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던진다고 했습니다. 그는 만약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대답이 반복되면 변화가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잡스는 자기의 죽음을 인식하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외부의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 앞에서 모두 사라지고, 가장 중요한 것만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며, 자기의 한정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인생관을 드러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어진 조건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잡스의 말처럼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말에서 우리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공통된 조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창세기 4장 26절을 보면 아담과 하와는 가인과 아벨을 잃은 후 또 다른 아들 셋을 낳고, 그를 통해 인류의 계보가 이어졌다고 나옵니다. “셋도 아들을 낳고 그의 이름을 에노스라 하였으며 사람들이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에노스라는 이름의 의미입니다. 에노스는 인간의 타락 이후 더 이상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생명을 가진 존재를 가리킵니다. 아담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순전한 인간이었다면, 에노스는 타락 이후 죽음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깨닫는 순간 사람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통해 생명의 진정성을 깨닫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찾기 시작한 것이지요.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한 사람은 한 줄기 빛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닫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죽음은 인간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 무겁게 느껴지던 일도 감사하게 여겨지며, 삶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잡스의 말처럼 우리는 죽음을 깨달을 때, 진정한 삶의 방향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살면, 삶을 소중하게 살아갈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인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시간에 대한 효과적인 활용을 어떻게하는지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의 강연을 듣고 그대로 실천하여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가 찾아와서, 성공에도 불구하고전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일에서 성공했지만, 가정불화와 인간관계의 소홀함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경험을 통해 코비는 자기 생각을 바꾸어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책을 쓰게 됩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빠른 성공을 꿈꾸며 최선을 다해사는 모습을 사다리를 오르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다리에 올라가면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다리를 빨리 올라가는 ‘시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오르고 싶은 곳을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말합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오늘을 소중하게 지키며 사는 길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오늘의 본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구원의 날이 언제 임할 것인지에 대한 답입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포로로 잡혀가 있었고, 예수님을 따르던 유대인들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종말이 언제 임하는지, 그 증거와 징조를 알 수 있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시점에 대한 집착보다 그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강조하셨습니다. 마치 이사야 시대의 사람들이 “아침이 언제 오나?”라고 묻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파수꾼은 “아침이 오나니 밤도 오리라”라고 대답합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입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시계를 통해서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제 태어났는지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서 위치도 정해집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누가 정한 것일까요? 인생을 평가하는 기준이 “누가 먼저”에만 집중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도종환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 우리의 삶도 흔들리며 아름다워진다고 노래합니다. 흔들리는 과정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고난과 시련을 통해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부터 교회 절기상 대강절이 시작됩니다. 대강절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보내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삶을 낭비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재림은 언제 올지 알 수없지만, 그날을 준비하며 흔들리는 삶 속에서 꽃을 피우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길입니다. 그것이 오늘 대강절을 맞이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참된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다면, 더 이상 세상의 풍조에 이끌려 삶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참된 삶을 살아가며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흔들림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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