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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작은 실천

By Hyok In Kwon

말라기 3:1~5, 누가복음 3:1~6

오늘은 대강절 둘째 주일입니다. 우리는 대강절 기간에 빛으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매주 하나씩 촛불을 밝힙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 "12월의 촛불 기도"에서 그녀는 대강절 둘째 주 초를 밝히며 참회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찌르는 회개의 목소리입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하지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거나일상의 삶 자체를 기도로 승화시키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부끄러워합니다." 우리 역시 촛불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참회의 시간을 가집니다. 대강절의 초가 우리 안의 교만과 집착을 녹이고, 하나님 앞에 우리의 연약함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시대에도 참회와 회개는 시급한 주제였습니다. 유대 백성들이 간절히 기다리던 메시아가 이 땅에 오실 무렵, 그들은 불의와 억압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누가복음이 언급한 디베료 황제의 치세는 공포 정치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통치 아래에서는 정치적 반대자들이무자비하게 처단되었고, 백성들은 식민지로서의 고난을 겪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총독인 본디오 빌라도와 분봉 왕 헤롯은 자신의 정치적이익을 위해 백성들을 수탈하며 악명을 떨쳤습니다. 힘없는 자들은 폭력과 부당한 억압에 고통받았지만, 그들을 보호하거나 위로할 길이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 즉 대제사장 안나스와 가야바에게서도 백성들은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선포하며공의를 행해야 했지만, 오히려 불의를 묵인하고 약자들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해 주시리라는 언약에기대를 걸었지만, 그마저도 종교 지도자들의 타락과 부패로 인해 허망한 희망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응답은 성전이나 종교 지도자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말씀은 광야에 있던 세례자 요한에게 임했습니다. 그는 화려한 성전도, 높은 지위도 갖지 않은 자였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해 하늘의 소리를 전하셨습니다. 요한은 광야에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사람들을 깨우는 외침이 되었습니다. 이는 당시의 율법적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도전적인 행위였습니다. 요한의 세례는 성전에 제물을 바쳐 죄 사함을 받는 관습을 벗어나, 물로 죄를 씻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상징적 행위였습니다. 이는 성전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었으며, 종교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을 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영적인 개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한이 전한 회개는 단순한 의식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진정한 회개가 자신을 비우는 데서 시작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마치속이 비어 소리를 내는 피리처럼, 자신을 비울 때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의 소리가 빈들에 있던요한에게 임한 이유입니다. 요한은 광야에서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의 소리를 온전히 담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그 소리를 전하기 위해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으로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요한은 세례를 통해 "주의 길을 준비하라"고 외쳤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오실 길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작은 산을 낮추며, 굽은 것을 곧게 하고, 험한 길을 평탄하게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길이 아니라, 우리 마음과 삶의 태도를 곧게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골짜기를 메운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의 불신과 분열, 상처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화해와 상생의 삶을 통해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길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낮아져야 할 산은 교만과 권력에 대한 비유입니다.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마음을 낮추고, 하나님의 뜻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굽은 것은 공의와 진리가 왜곡된 현실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자가 존중받고, 부정과불의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굽은 길이 곧아질 것입니다.

작은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요한이 강조한 회개는 우리 삶의 작은 실천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옷 두 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하라"(누가복음 3:1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리에게는 부과된 것 외에는 더 거두지 말라고 하셨고, 군인들에게는 강탈하지 말고,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며, 주어진 급료를 만족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누가복음 3:12-14). 이는 사람이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은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길을 준비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대강절 둘째 주일을 보내며 우리는 이 길을 함께 꿈꾸고 그려나가야 합니다. 대강절은 우리에게 참회를 통해 요한과 같은 영성을 회복할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피리를 불어 소리를 내듯, 우리도 우리 안의 교만과 이기심을 비워 하나님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합니다. 진정한 회개는 나를 비워 하나님께서 내 삶을 통해 복음이 울려 퍼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교회와 성도들은 함께 이 길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참회하고 주님의 오실 길을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대강절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은혜와 구원이 이 땅에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주님이 우리 가운데 임하신다는 은혜를 체험하게 될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와 함께함을 목격하는 증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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