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Equipping Leaders Korean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3)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3)

By Jeong-Sook Kim

I S Asian Women Talking

III. 성차별의 역사: 남녀의 성차로서의 섹스(sex)와 젠더(gender)

여성과 남성을 구별하는 근본적인 차이는 성의 차이다. 관계적 존재인 여성과 남성의 일차적인 구별은 생물학적 성인 섹스sex로서 남자male와 여자female로 구분되며, 이차적으로는 사회학적 성으로서 남성다움masculinity의 특성과 여성다움feminine의 특성을 의미하는 젠더gender로 나뉜다. 우선, 생물학적 성, 다른 말로 해부학적 성으로서 남녀의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염색체의 차이, 육체적 특성에 따른 일차적 성징으로서의 남녀 생식기의 차이와 이차 성징인 몸의 발달과 호르몬 변화로 인한 체형 및 기능 변화 등으로 확연히 구별된다. 출산과 수유를 할 수 있는 여성의 생물학적 성의 능력은 남자로서는 불가능한 잉태와 출산이라는 여성만이 가능한 생명을 출생하고 성장시키는 독자적인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활동 능력을 제한하는 요소로도 작용해왔다. 반대로 출산과 수유로부터 자유로운 남성의 신체는 사냥과 전투 등으로 강인한 체력을 갖게 되지만, 임신과 출산 수유로 인한 여성의 신체적 변화와 활동에서의 제약은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약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성의 차이는 여자와 남자의 신체 기능의 차이로만 구별된 것이 아니라 ‘선·악’ 그리고 ‘우·열’의 논리를 탑재한 ‘분절의 법칙’을 통해 차별적으로 이원화한 사회학적 성, 젠더로 결합되었다.

선악과 우열의 분절 법칙이 만든 차별적 문화 형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임신, 출산, 수유의 가능성을 가진 여자는 신체가 크고 건장한 남자보다 열등하고 도덕적으로 악한 존재이며 따라서 운명적으로 남성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된다. 생물학적인 기능 차이가 존재론적 차별 구조로 규정되고 고정된 것이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인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선·악과 우·열의 분절 법칙에 따라 남성과 여성은 통제와 복종의 관계, 감시와 처벌 관계가 지배하는 주종 관계로 규정되었다. 따라서 생물학적 남자는 강하고 이성적이며 우월한 존재로서의 남성다움을 가진 지배하고 통제하는 정체성을 가지지만, 여자는 남성에게 순종적이며 헌신적인 미덕으로서의 여성다움을 지닌 종속적인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규정된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선·악과 우·열의 분절 법칙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성차별적으로 젠더화해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하며 배제해온 가부장적인 역사를 이루어왔다.

그러나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규명하는 사회학적 성, 젠더는 운명적인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전통과 문화와 관습에 따라 인위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여자와 남자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힘의 역학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분절의 법칙에 따라 규정된 젠더의 차이로 결합해 남녀의 정체성을 성차별적으로 범주화시킬 그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인류 역사는 여성에 대해 신체적으로 열등할 뿐만 아니라 지적으로 열등하며 그래서 도덕적으로 악한 존재로 규정하면서 더 우월하고 지적으로 성숙하고 도덕적으로 선하다는 젠더 이론과 결합하여 종교·정치·경제적인 권력과 지식을 동원하여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와 지배를 합법화하고 정당화시키면서 가부장제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가부장제의 역사다. 이는 한 인간으로서 여성들이 당연히 가져야 하고 누려야 할 자유와 권리를 박탈했으며 여성들의 기회와 업적을 탈취하면서, 남성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남성의 문화 곧 가부장제의 역사를 이루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칭으로서의 인간은 곧 남성을 의미했고 인간의 역사는 남성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며, 여성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여성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언어학자이자 정신 분석학자인 뤼스 이리가레Luce Irigaray는 이러한 현실을 가리켜, 남성들은 여성과 함께해온 역사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배제해 왔으며 그렇게 여성을 밀어낸 공간에 여성이 이뤄낸 업적과 산물을 자신들의 잉여 자산으로 삼아 남성 자신들만의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실로 모든 문화와 문명, 역사의 성과와 업적은 여성이 아닌 오로지 남성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렇게 가부장주의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별받아온 성차별적인 역사다. 이러한 성차별의 역사는 푸코가 말한 바와 같이 종교적·정치적 권력과 지식의 담합으로 지속될 수 있었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열등함과 악함은 성서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서부터 읽어낼 수 있다.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불순종하여 선악과를 따먹은 행위로 인해 낙원에서 쫓겨나 고통과 시련의 불모의 땅에서 살아야만 하는 원인 제공자는 남성인 아담이 아니라 여성 이브였다. 이브는 자신만이 아니라 남편까지도 타락하게 만든 유혹자로 묘사되며 이를 가르쳐 아우구스티누스와 같은 교부 신학자는 여성을 ‘악의 문’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인류에게 고통과 불행을 가져온 원인 제공자로서의 여성의 모습은 단지 성서만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이야기에서도 묘사되고 있다. 인간 세계에 고통과 불행이 가득한 이유는 제우스 신이 어떠한 상황에도 열지 말라고 판도라에게 명령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봉인된 상자를 열었을 때, 상자 안에 있던 온갖 질병과 고통과 악의 원인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을 기술함으로 이 세계 고통의 원인을 제공한 자로 여성인 판도라를 지목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여성의 자궁 안에서 잉태하고 여성의 몸을 통해 세상에 출생한다. 그러나 창세기 2장에 묘사된 첫 인간 탄생 이야기는 1장과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첫 사람 아담은 하나님께서 직접 창조한 반면에 인류의 첫 여성이 출생한 출처는 남성인 아담의 옆구리이며 여성의 역할은 아담을 돕는 배필로 만들어진 것으로 성서는 기술한다. 또한 하나님은 여성을 이끌어 아담에게로 가고 아담은 다른 동물들에게 했던 것처럼 인류의 첫 여성에게 이름을 명명한다. 그렇게 창세기 2장은 인류의 첫 여성인 이브 출생의 출처, 아담에 의한 이브의 명명, 그리고 이브의 역할을 돕는 배필로 규정함으로써 여성의 정체성을 남성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로 신의 뜻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 신학자들은 이를 가르쳐, 창세기 2장에 나오는 원역사의 설화적 이야기의 형태를 통해서 남자의 몸으로부터 첫 여성이 출생했다는 논리를 통해 여성에 대한 지배를 타당한 것으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이 같은 예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볼 수 있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어머니 메티스의 몸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인 제우스의 머리에서 탄생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어머니의 몸이 아닌 아버지 제우스의 머리를 통해 출생한 아테나를 가리켜 모계를 부인하고 가부장제를 세운 시초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권력과 지식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 성차별적인 가부장제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진술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생물학자이며 해부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완전한 존재인 남성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한다. 즉 인간은 두 개의 성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성인 남성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여성이 태어난 것은 남성의 몸에 비해 여성 몸의 열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여성은 단지 불완전한 남성일 뿐이라고 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인 성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차이가 아니라 완전한 남성과 불완전한 남성으로 인간의 완전성에 따른 정도의 차이라는 의미다. 의학적 지식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 남성은 본래적이고 자연적으로 완전한 존재인 반면 여성을 선천적인 결함으로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인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완전한 남성이 불완전한 여성을 지배해야 하는 근거를 유사 과학적이고 왜곡된 의학적 지식을 통해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성과의 관계에서 여성에 대한 열등성과 악함에 대한 규정은 성서의 역사 이전 역사라고 하는 원역사의 설화, 그리스 신화, 고대 철학에만 일시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를 통해 성차별의 역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4)

김정숙 교수 Ph.D
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 부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3

Contact Us for Help

View staff by program area to ask for additional assistance.

Related


Subscribe

* indicates required

Please confirm that you want to receive email from us.

You can unsubscribe at any time by clicking the link in the footer of our emails. For information about our privacy practices, please read our Privacy Policy page.

We use Mailchimp as our marketing platform. By clicking below to subscribe, you acknowledge that your information will be transferred to Mailchimp for processing. Learn more about Mailchimp's privacy practices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