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4)
By Jeong-Sook Kim
IV. 페미니즘 운동과 한국 청년 문화의 미래
여성과 남성, 인류를 이루고 유지하며 지속해가는 핵심적인 두 성性, 여성과 남성은 인간관계의 가장 근본적인 관계를 이룬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를 갈망하며 사랑으로 결합하여 가정을 이루고 재생산에 의해 가족을 이루어간다. 유사 이래로 이렇게 여성과 남성은 언제나 노동과 작업을 함께하며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역사의 주역들이다. 인류 역사를 함께 이끌어온 관계적 존재로서 남성과 여성을 지배와 종속의 차별적 관계로 만든 것은 선악과 우열의 분절 법칙을 통해 형성한 성차별적으로 이원화한 결과에 기인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을 거쳐 공고하게 구축된 가부장제의 역사 속에서 여성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의 주체성을 주장한 페미니즘이 등장하고 하나의 실천 운동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는 20세기 후반 1970년대다. 5,000년 민족의 역사만큼이나 뿌리 깊은 가부장주의적인 한국 사회에 처음 등장한 페미니즘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페미니즘 운동을 통한 여성들의 주체적인 목소리와 함께 부당하고 불의한 성차별에 대한 저항은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과 순종이 여성의 운명이며 여성적 가치이자 미덕이라고 여겼던 한국 사회에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까지도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쏟아냈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여성의 희생과 헌신의 대가 위에 유지되었던 가부장제적인 가정 문화와 한국 사회는 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여성들의 자각과 불의한 성차별에 저항하는 몸짓을 향해 쇼트커트의 머리를 하고 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으로 페미니스트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는가 하면 반사회주의자, 가정 파괴자 등의 낙인을 찍기도 했다.
여성들의 인권과 사회적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고 있는가?
반세기의 세월이 흐른 21세기 대한민국은 ‘소위’ 왜곡된 이미지와 억울한 오명의 낙인을 무릅쓴 페미니스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삶의 실천 덕분에 여성들의 인권과 사회적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 역시 이전에 비해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여성 할당제를 통한 기회의 확장, 호주제 폐지, 상속법 개정, 성폭력처벌법 제정 등 바람직한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역사만큼이나 뿌리 깊은 성차별의 역사가 불과 수십 년 만에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한반도 땅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자신들이 인정하건 인정하지 않건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얻은 결실을 함께 누린다는 사실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이 페미니즘에 보내는 시선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고 비판적이며 이중성을 보인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 사회 경제 전 분야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지위 또한 상승하자, 여성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도전하고 직업과 기회를 빼앗는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남성들은 여성들을 적대시하고 공격한다. 마땅히 자신들이 누리고 가져야 할 기회를 여성들이 가로챈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힌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비난을 쏟아내지만, 정작 자신의 배우자는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지위를 가지고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누구나 선호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을 만나기를 원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과도기적인 상황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창세기 1장에서 선포되는 인간 창조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시되 하나님의 형상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을 기술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은 여성 혹은 남성 가운데서 한 성을 하나님 형상으로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을 함께 칭해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인간임을 말해준다. 그래서 아담은 인류의 첫 남성에 대한 명명이 아니라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여성과 남성을 통칭하는 인간을 아담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나는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직 신학에 관련된 과목의 수업에서 20대 여학생과 남학생들을 만난다. 수업 중 연관 주제를 다루며 20대 학생들에게 이번 선거에서 거론한 “이대남” “이대녀” 논쟁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질문을 받은 학생들은, 여성과 남성 청년들은 서로를 결코 적대시하거나 공격하고 비판하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는 진정한 문제점은 정권 창출을 위해 젊은 청년들의 절망과 불안을 이용한 정권발 “이대녀” vs “이대남” 갈라치기 프레임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서로의 뜻과 힘을 모아 협력함으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바로잡고 개혁해야 할 진정한 파트너다. 여성과 남성의 진정한 파트너십은 서로를 존중하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기성세대가 안겨준 버거운 짐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생활 일선을 향해 뛰는 고단한 대한민국의 여성과 남성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고 싶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사랑하고 지지합니다.”
관계적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갈등과 혐오를 넘어 (1)
김정숙 교수 Ph.D
감리교신학대학교 조직신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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