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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문화와 기독교 영성 (2)

By Hong Soon Won

Stock overhead view of person reading bible

바울은 죄를 일종의 중독으로 표현한다. 죄와 욕망과 중독은 서로 연관성을 가진다. 죄는 인간의 의지를 마비시키며 그 안에서 쾌락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죽음에 이르는 중독이다. 그래서 바울은 죄를 사망의 몸이라고 표현한다(로마서 7:24). 바울이 죄를 자신의 몸이라고 표현할 때, 그것은 정신에 대립하는 육체로서의 ‘몸’(soma)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락과 심판 사이의 중간기에서 인간은 결코 죄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보이지 않는 ‘몸’(sarx)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울은 거듭난 후에도 죄에 종속되고 지배당함으로써 선한 의지와 악한 행위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자신의 모습을 항상 발견하였다(로마서 7:19). 죄는 세상 모든 무질서의 근원이다. 죄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파괴한 것처럼 인간 자신의 정신과 육체의 통일성도 파괴한다. 중독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출발점은, 결국에는 죄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중독은 그 방향성에 따라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사랑과 감사에 중독되고 헌신과 기도에 중독된다면, 우리의 삶과 사회는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다. 최근 발견된 신경 전달 물질 가운데 다이도르핀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엔도르핀보다 4,000배나 강한 항암 효과와 진통 효과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다이도르핀은 우리가 사랑과 감동을 할 때 분비된다. 그것은 욕망을 채우기보다 욕망을 비움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랑은 결코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고린도전서 13:5). 다이도르핀은 우리를 거룩한 중독에 빠지게 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중독에 빠질 수도 있고 중독에서 치유될 수도 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보다는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그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중독 사회가 치유되는 궁극적인 길이다.

시험과 박해보다 무서운 것은 유혹이다.

중독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기독교에 위기로 다가오는 이유는 고난과 시험이 아니라 욕망을 부추기는 유혹의 얼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정체성은 십자가에 있으며, 십자가는 고난의 상징이다. 기독교는 고난과 박해를 통하여 성장해 왔다. 기독교가 약화한 것은 콘스탄틴 황제로부터 국교로 승인된 뒤부터였다. 정교 합일을 통하여 기독교 안에 정치 권력이 들어오면서 교회는 세속화되기 시작하였다. 교회가 더는 세상에 짠맛을 주는 소금이 아니라, 오히려 단맛을 주는 꿀로 변질한 것이다. 그것은 교회가 정치 권력에 중독된 결과였다. 기독교에 시험과 박해보다 무서운 것은 유혹이다. 시험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의지하지만, 유혹 속에서는 스스로 하나님의 손을 놓아버린다.

구약의 예언서를 보면 예언 운동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가 아이로니컬하게도 주전 8세기 여로보암 2세 때이다. 그 시기는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가장 번영을 누리던 기간이다. 이스라엘은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대외적으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그 시대는 축복의 절정기였다. 그런데 예언을 통한 심판의 메시지 또한 절정을 이루었다. 문명이 꽃피는 시기에 심판의 메시지가 주어진 것이다. 예언이 시대적 상황에 부적절하든지, 아니면 상황이 예언에 부적절해 보인다. 사람들은 누구나 낙관적인 시기에는 비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백성들은 예언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예언자들을 배척하였다.

하지만 성서적 시각에서 보면 예언은 시대적으로 필연적인 요청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외형적으로는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미 내부로부터 붕괴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인 부를 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빈부격차가 심화하여 빚진 자는 노예가 되었으며 사회 정의는 무너졌다. 백성들은 하나님보다 왕을 섬기는 일에 더 관심을 가졌으며, 왕들은 정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우상숭배를 독려함으로써 성전 제의가 무너졌다. 하나님을 섬기며 그 앞에 모두가 평등했던 유일 신앙 공동체는 와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부적인 위기 때문에 주전 8세기에 예언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것이다. 물질적 풍요에 중독되어 유일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실한 이스라엘의 모습은 오늘날 물질주의와 권력에 중독된 교회의 모습을 투영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유의 욕망에서 청지기적 영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은 소유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결핍을 경험한다. 욥의 고백처럼 인간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다가 알몸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결코 어떤 것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에게 소유처럼 느껴지는 모든 것은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잠시 위임받은 것들일 뿐이다.

청지기 윤리가 우리에게 강조하려는 것은 소유하는 대상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향하는 마음이 문제라는 것이다. 소유 의식은 욕망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소유하려는 욕망은 결핍의 증상이며 중독으로 인도한다. 청지기 의식은 창세기 1장 28절 이하에서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에게 에덴 동산을 맡기시며 말씀하신 청지기적 사명에 기초한다. 피조물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피조 세계를 위임받았다. “생육하고 번성하며, 지배하고 다스리라”라는 명령은 창조 질서에 대한 지배권이 아니라 청지기적 사명이다. 인간은 생명을 맡은 청지기이며, 물질을 맡은 청지기이다.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할 때, 비로소 결핍과 중독을 경험한다.

우리의 사회 현실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결합한 소유의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으며 교회의 청지기적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그 결과 교회가 나눔이 아니라 소유를 실천하면서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기능을 상실하고, 오히려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과 자본의 원리가 교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독교 정신과 정반대 가치관이 물질주의다. 그래서 예수는 인간이 하나님과 물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경고하였다. 대립적 가치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것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힘은 곧 세상에 불순종하는 힘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본주의 사회 문제의 근본에는 ‘소유’에 집착하는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고 본다. 산업 사회는 사람들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의해 평가한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나 집은 물론이고 그의 지식, 직업, 지위, 경력이 그를 규정한다. 이러한 소유 모드의 사회에서는 더 많이 갖는 것이 더 나은 인간으로 평가받는 기준이다. 하지만 소유욕은 결핍의 표현이며, 소유하는 것은 잠정적이다. 인간은 자신이 아무것도 영원히 소유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소유욕을 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유한함과 불완전함의 트라우마를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독은 단지 인간의 생리적 현상을 넘어 사회 현상일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중독을 죄와 연결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인간 안에서 경험하는 생리적, 심리적 현상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신앙과 현실, 교회와 사회의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중독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제 도약과 쇠락의 갈림길에 서 있다. 도래하는 인공 지능 시대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인간 고유의 영역은 영성뿐이다. 지금까지 교회는 개인 영성에 치우쳐 성장해 왔다. 하지만 교회가 공동체화 사회를 향해 실천적 영성을 추구하지 않으면 맛을 잃은 소금처럼 세상에 중독되어 세상에 밟히는 비천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중독 문화와 기독교 영성 (1)

홍순원 교수
협성대학교 사회와 윤리 교수
LID Leadership Journa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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